[문화칼럼: 묵상시대] 네피림 로마제국을 치유한 복음운동

[문화칼럼: 묵상시대] 네피림 로마제국을 치유한 복음운동

로마제국의 변방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복음운동이, 유대인의 집요한 핍박과 로마 권력자들의 잔혹한 박해 속에서도 어떻게 제국을 정복할 수 있었을까? 영국의 저명한 신학자요 복음 전도자였던 ‘마이클 그린’(Michael Green, 1930-2019)은 당시 복음이 승리했던 주요 원인으로 “인생을 망치던 고약한 세력들이 살아계신 하나님의 권능으로 쫓겨”났기 때문이라고 핵심을 찌릅니다.

▸로마 시대의 신관 : 초기 로마인은 헬라인보다 종교적 감수성이 더 예민한 편이어서 만물에 깃든 신령한 기운을 신봉하는 정령숭배 신앙을 가졌습니다. 농업, 상업, 예술, 운동 경기, 국가의 외교활동과 전쟁 등 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 신들의 간섭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신들을 달래기 위한 제사는 필수였습니다. 제국이 팽창하면서 그리스 외에도 소아시아, 팔레스타인, 이집트, 페르시아에서도 다양한 신들과 종교적 문화가 유입됩니다.

‘신들의 분노’(ira deorum)를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신들의 집을 지어주는 것이었습니다. 주피터, 마르스, 아프로디테처럼 주류에 속하는 큰 신들은 전용 신전과 신상이 있었으나 제국에 혼합된 무수한 신들을 전부 그렇게 모실 순 없었습니다. 정확히 이 지점에서 고안된 ‘판테온’은 소외된 신들의 분노를 한꺼번에 잠재우려 했던 로마의 실용성을 잘 보여주는 만신전(萬神殿)이었는데, 그 실상은 깊은 영적 불안과 두려움에 기인한 것이었습니다.네피림에 속국된 로마제국

▸스토아주의와 점성술 : 당시 로마 지식인층에 퍼진 그리스 철학 ‘스토아주의’는 별들의 움직임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는 ‘점성술’과 깊이 연계된 특징을 보였습니다. 점성술사는 ‘우주적 교감’을 통해 하늘의 현상을 고객들의 관심사나 현실 상황에 비추어 운명의 의미를 해석해 주는 상담자 역할을 했습니다. 티베리우스(B.C.42-A.D.37) 황제는 트라실루스라는 점성술사의 큰 영향력 아래에 있었고, 클라우디우스(B.C.10-A.D.54)와 네로(A.D.37-68) 황제도 마법에 심취해 있었습니다. ‘점성술‘은 사회 최하층부터 최고 권력자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었습니다. 스토아주의와 점성술의 결정론적 세계관은 변경 불가능한 운명 앞에 굴복하게 만드는 사탄의 속임수(요8:44)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마술과 부적 : 반면 일반 대중은 ‘마술’을 사용하거나 신들을 숭배함으로써 자기 운명이 바뀔 수 있다고 낙관했습니다. 마술 주문은 운명을 통제하려는 미신적 수단이면서, 다양한 요청이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신들의 능력을 끌어내는 매개체였습니다. 또 ‘주술’이나 ‘마법’은 악한 영들을 소환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것을 포함했습니다. 실제로 지중해 전역에서 공격적이고 악의적인 흑주술을 기록한 ‘저주 납판’들이 1,100개 이상 발견되었다고 알려집니다.

당시 사람들은 ‘보호용 부적’을 목걸이처럼 착용했는데, 부적에는 마술 주문을 효력 있게 만드는 영들 혹은 각종 신들의 이름이 기록되었습니다. 사도행전은 유대인 마술사 시몬(행8:9)과 바예수 곧 엘루마라는 유대인 거짓선지자 마술사(행13:6-12)와 예수의 이름까지 마술에 이용하려 든 제사장 아들들(행19:13-16)의 기이한 마술적 행태를 밝히는데, 이는 당시 마술에 심취한 헬라파 유대인들의 보편적 관심사와 네피림 영적 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신비주의 비밀종교 : 냉혹한 운명의 절망감에서 벗어나고자 많은 사람이 신비주의 비밀종교에 가입했는데, 그 본질은 ‘신과의 신비적 합일’에 있었습니다. 이시스 숭배는 운명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구원의 비밀을 약속했고, 디오니소스 숭배는 황홀경 체험을 제공했으며, 세라피스 숭배는 성찬과 비슷한 의식을 포함했습니다. 신비주의 종교는 여러 상징물을 이용한 의식과 생생한 신비 체험을 선사했기 때문에 대중적 인기가 매우 높았습니다.

특히, 신비주의 종교는 수호신의 ‘신전’을 중심으로 교제의 뜰을 마련해 제사음식을 베풀고 여자아이들이 춤을 추는 열광적인 파티를 열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노예는 어느 정도의 자유를, 기존 자유인은 평등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전쟁에 지친 군인은 기분 전환을, 당시 비주류인 여성은 중심적 존재감을 만끽했는데, 이시스 숭배에선 이런 특징이 더 두드러졌습니다. 신비주의 종교는 국가의 재정지원 없이 온전히 입문자들의 헌금으로 유지되는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당시 사람들의 갈급한 영적상태를 시사합니다.

▸고대의 치유신전 : 고대 헬라-로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치유의 신은 ‘아스클레피오스’였습니다. 헬라 시대부터 에피다우루스와 코스섬에 주요 치유신전이 있었는데, 로마 시대에는 페르가뭄, 아테네, 고린도 등 여러 지역에 작은 치유신전이 세워집니다. 그 당시 치유신전은 휴양소와 같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했고, 목욕탕, 극장, 도서관, 숙소까지 겸비한 곳이었습니다. 에피다우로스 유적에선 방문객을 유치할 수 있는 160개의 방을 가진 호텔도 발견됩니다.

환자는 밤에 자기 침대보를 취해 치유의 신에게 제물을 바친 뒤 잠이 듭니다. 꿈에서 신이 직접 치유하거나 치유를 위한 지침을 알려주곤 했습니다. 치유신전 제사장들은 꿈의 의미를 해석하여 처방을 내립니다. 치유사역은 수술, 약, 최면, 식이요법, 운동, 목욕 등을 포함해 단계적으로 시행되었습니다. 고대의 치유신전은 영적, 심리적, 육체적 치유를 결합한 네피림 치유의 뜰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의 치유전도 : 겉만 보면 지중해 전역이 로마제국에 속국된 것처럼 보이지만, 영적 실상은 로마제국이 네피림 사탄의 나라에 속국된 상황이었습니다. 바로 이때, 예수님이 그리스도로 오셨습니다(창3:15; 마16:16). 복음서는 치유 사건을 40회 이상 증언합니다. 예수님은 원죄의 저주, 사탄, 지옥 운명에 완전히 포로가 된 자를 구원하셨고, 네피림의 영적-정신적-육신적 질병을 치유하는 재창조의 역사를 약속대로 이루셨습니다(사61:1-2).

로마 시대의 영적상태를 고려할 때, 예수님이 귀신을 축출하는 사건들은 매우 중대한 표적이자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먼저 강한 자를 결박하고, 사람들의 영혼을 건져내는 치유전도는 하나님의 나라를 실현하는 데 목적이 있었습니다(마12:28-29). 이것은 ‘이 세상 임금, 세상 신’ 사탄이 완전히 결박되는 최후 심판의 예고편이었습니다(요12:31; 고후4:4; 계20:10). 그리스도의 영적 승리는 사탄의 지배력 파멸이고, 흑암 왕조의 멸망이며, 귀신 들린 자들의 해방이었습니다. 참으로 하나님의 아들이 나타나심은 마귀의 일을 멸하기 위함이었습니다(요일3:8).

▸제자들에게 위임된 미션 :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사탄의 지배 아래 놓인 황폐한 현장에 가서 복음을 전파하고 치유하는 미션을 위임하십니다(마10:5-8). 이를 위해 귀신을 결박하고 모든 질병과 약한 것을 치유할 수 있는 권능을 부여하셨습니다(마10:1). 십자가 죽음과 부활의 승리로써 사탄의 권세가 결정적으로 깨어졌기 때문에 이제 그리스도 삼중직의 대사로서 사탄의 ‘세간을 강탈’할 수 있게 됩니다. 성령충만의 권능을 받은 제자들은 하나님 나라의 복음과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가지신 그리스도의 이름을 담대히 선포하기 시작합니다.

바울은 첫 선교지에서 마술사 엘루마의 흑암을 꺾었고(행13:6-12), 빌립보에선 점치는 귀신 들린 여종을 치유합니다(행16:16-18). 1세기 마술 문화의 중심지 에베소에선 많은 사람이 마술책을 불태우는 역사가 일어납니다(행19:19). 이후 ‘하나님의 선택과 예정’(엡1:1-14)에 확신을 심어준 바울의 메시지는 당시 점성술 운명론과 마술에 끌리는 옛사람을 치유하는 완전한 복음 선포였습니다. 바울의 주요 편지들은 그리스도의 절대적 우월성을 계속 확증함으로써, “세상 풍조를 따르고 공중의 권세 잡은 자”(엡2:2)의 영향에 휘둘린 옛 운명의 각인을 지속적으로 치유합니다. 네피림의 “어둠의 일을 벗고 빛의 갑옷”을 입으라며, 흑암의 권세에서 벗어나 하나님 나라로 옮겨진 자의 정체성을 일깨웁니다(롬13:12; 골1:13).

로마제국에 만연한 네피림 흐름을 전체 파악한 바울은 “후에 로마도 보아야 하리라”(행19:21)는 마지막 이정표를 따라 여정을 완주합니다. 전도자 바울은 렘넌트를 통해 성취될 로마제국 복음화의 미래를 미리 봤던 것입니다.

▸바울 시대 이후의 증거 : 네피림 치유전도의 여정은 바울 시대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2세기 중엽 기독교 변증가로 순교한 ‘유스티누스’(A.D.100-165)는 그리스도인에게 귀신과 악한 세력을 결박하는 권세가 주어졌음을 고백하며, 당시 그리스도인들이 마술 주문, 약물로선 치유되지 않던 많은 사람을 치유하고 있음을 기록합니다. 구속사 신학을 정립한 ‘이레나이우스’(A.D.130-202)도 주문이나 마법, 악하고 신기한 마술적 방법으론 행할 수 없었던 치유의 역사가 교회를 통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성취됨을 생생히 증언합니다. 삼위일체 용어를 만든 ‘테르툴리아누스’(A.D.160-220) 또한 귀신을 압도하는 능력과 권세가 그리스도의 이름에 근거한다면서 그리스도인의 치유사역이 보편적 은사임을 보고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그리스도와 영적으로 연합된 자들은 누구든지 사탄과 흑암세력에 대한 그리스도의 영적 승리에 동참할 수 있고 그 이름의 권세를 담대히 누릴 수 있습니다. 2030-2080 네피림 후유증 시대를 살릴 모든 전도자와 렘넌트가 굳게 증거로 붙잡고 깊이 묵상할 언약임을 꼭 마음에 간직해 두세요.

묵상 포인트 로마제국의 네피림 영적상태와 예수 그리스도의 영적권세를 묵상해 보세요.

글 : 손성지 목사 (충만교회 / RTS 교회사 연구교수)

[참고 자료]

「초기 기독교와 로마 사회」 (이상규)

「귀신 추방: 성경적, 역사적, 성령론적 접근」 (배본철)

「초대교회 배경사, Backgrounds of Early Christianity』 (에버렛 퍼거슨, Everett Ferguson)

「초대교회의 복음전도, Evangelism in the Early Church」 (마이클 그린, Michael Green)

『바울이 분석한 사탄과 악한 영들, Powers of Darkness:

Principalities & Powers in Pual’s Letters_(클린턴 아놀드, Clinton Arnold)

「귀신 축출자 예수, Jesus the Exorcist」 (그레이엄 트웰프트리, Graham Twelftree)

「초기 기독교와 축귀 사역, In the Name of Jesus』 (그레이엄 트웰프트리, Graham Twelf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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