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현지 제자 한 사람에게서 시작된 선교의 새 문
지난 4월에 열린 세계선교대회는 각 선교지에서 만나게 된 현지 제자들이 가장 많이 참여한 대회였다고 한다.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닌가. 흔하지 않은 언어인 한국어로 오직 그리스도, 오직 복음을 선포하는 전도자의 목소리가 황폐한 세계 선교 현장에서 뜨겁게 역사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시대적인 응답처럼 느껴진다.
이번 선교대회의 핵심 메시지에서는 ‘중직자’와 ‘렘넌트’가 붙잡고 응답받아야 할 미션에 대해 말씀이 주어졌다. 단순히 선교사만을 향한 메시지가 아니라, 각 나라의 현장 속에 세워진 제자들, 곧 현지 제자들을 향한 메시지였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다.
시대적인 전도자 바울도 전도 여정 속에서 각 지역의 제자를 찾았다. 그는 한 지역에서 제자를 발견하면 그를 훈련시키고, 또 다른 현장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바울을 통해 세워진 현지 제자들은 자신의 현장에 남아 실제적인 전도운동을 일으켰고, 결국 로마복음화의 흐름 속에 쓰임받게 되었다.
이처럼 선교사는 하나님이 부르신 현장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씨앗이 얼마나 자라날지, 어떤 열매를 맺게 될지 어쩌면 평생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씨앗의 가치를 알아보는 현지 제자를 통해 복음은 그 땅에 뿌리내리고,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열매 맺기 시작한다. 그것이야말로 선교의 참된 의미이자 본질이 아닐까.
그래서 단순한 제자가 아니라 ‘현지 제자’가 현장 복음화의 중요한 열쇠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그 현장의 언어와 문화, 사람들의 삶을 가장 깊이 이해하는 사람은 외부에서 온 선교사가 아니라, 그 땅에서 살아가는 현지 제자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길거리에서 휴지나 책자를 나누어 주는 전도 역시 누군가에게 복음의 접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전도의 본질을 생각할 때, 그것만으로는 현장의 문화와 사람의 깊은 갈급함을 충분히 담아내기 어렵다는 아쉬움이 있다. 예수님의 전도는 언제나 사람의 실제 문제와 현장을 향해 있었고, 바울 역시 각 지역의 문화와 사람들의 배경을 이해하며 복음을 증거했다.
바울은 가난한 자들이 모인 곳인지, 엘리트 중심의 사회인지, 회당 안에서 말씀을 전할 것인지, 이방인의 광장에서 복음을 증거할 것인지에 따라 그 현장에 맞는 언어로 그리스도를 설명했다. 많은 사람은 이것을 ‘공감대’라고 부르고, 다락방 전도운동의 흐름 속에 있는 우리는 이것을 ‘현장성’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현장성을 갖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바로 ‘문화의 이해’이다.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고, 지역마다 문화가 다르다. 심지어 오늘날에는 1인 가구에도 하나의 문화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사람들의 삶의 양식은 더욱 세분화되고 있다. 필자가 현장에서 전도를 고민하고 도전하던 어느 날, 한 전도자가 들려준 말이 있다.
“현장을 분석하면 빈 곳이 보인다. 그때부터 진짜 전도 시작이다.”
십수 년 전에 들었던 말이지만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그런데 그 말을 선교 현장과 현지 제자의 관계로 깊이 적용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미 그 현장의 언어와 문화와 삶의 감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복음에 반응하고 그리스도를 만나 복음 증거할 전도자의 마음을 가진 제자 한 명이 세워진다는 것은 얼마나 큰 응답인가. 그것은 세계복음화를 100년 앞당긴다는 말이 결코 허언이나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
선교사로서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 전혀 다른 세계에 들어가 문화를 이해하고 현장을 파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 과정 속에서 그리스도께 반응하는 제자 한 명을 만난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하나님의 소망이며 세계복음화가 앞당겨지는 분명한 응답이다.
우리를 포함하여 수많은 교회는 지금까지 ‘보내는 선교’를 해왔다. 그것은 여전히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한 사역이다. 선교 현장으로 복음 가진 전도자를 보내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소중한 선교의 축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보내는 선교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장에서 만난 제자를 불러 훈련하고 다시 그들의 현장으로 재파송하는 ‘부르는 선교’라는 새로운 선교의 흐름을 본격적으로 보게 되었다. 이번 세계선교대회를 통해 확인한 응답이 바로 그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제자를 한국으로 불러 집중훈련을 받게 하고, 다시 자신의 현장으로 재파송하는 ‘부르는 선교’는 세계복음화를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제 생명운동으로 붙잡은 자들에게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새로운 선교의 비전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보내는 선교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보내는 선교를 통해 발견된 현지 제자가 다시 자기 나라와 민족을 살리는 전도자로 세워지도록 돕는 ‘선교의 확장’이다.
그렇다면 평신도는 이 부르는 선교에 어떻게 동참할 수 있을까. 현지에서 사역하고 있는 수많은 선교사와 그곳에 세워질 제자들을 두고 기도와 후원으로 함께하는 것도 분명 중요한 동참이다. 그런데 이 말씀의 흐름 속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부르는 선교에 동참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렸다. 최근 RUTC 뉴스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던 ‘사회복지법인 렘넌트’가 세워졌고, 그 안에서 ‘가족삼기운동’ 캠페인이 시작되고 있다. 이것은 선교사만이 아니라 일반 평신도들도 부르는 선교의 응답에 함께 동참할 수 있도록 열린 실제적인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현지의 문화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가족삼기를 통해 한 명의 현지 아이가 복음 가진 렘넌트로 자라나 자신의 나라를 살리는 빛의 망대가 되도록 기도하고 후원할 수 있다. 한국에 살면서도 해외 어느 현장에 세워질 현지 제자를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전무후무한 응답이다.
다락방 전도운동이 목회자 중심에서 평신도 중심으로 전도의 패러다임을 전환했듯이, 이제 보내는 선교 중심의 큰 흐름 속에서 ‘부르는 선교’라는 새로운 선교의 패러다임이 세워지는 역사적인 순간을 우리가 맞이하고 있다. 이제 선교는 단순히 멀리 보내는 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하나님이 준비하신 현지 제자를 발견하고, 다락방 전도운동의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한국으로 불러 양성한 뒤, 다시 그들의 현장으로 재파송하여 세계복음화를 앞당기는 것. 이것이 보내는 선교를 넘어, 하나님이 우리에게 새롭게 열어가시는 선교의 확장된 방향이 될 것이다.
서인후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