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칼럼] 상담은 내담자의 치열한 삶의 현장에 들어가는 것이다 – 1부
— 기독교 상담자의 자기이해와 전인적·영적 돌봄 —
강호인 목사
상담은 단순히 상담실이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대화가 아니다. 상담자는 한 인간의 치열한 삶의 현장에 들어가는 사람이다. 내담자가 살아온 삶에는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 사랑과 배신, 상처와 회복, 두려움과 소망이 뒤섞여 있다. 상담자는 그 삶의 이야기를 안전하게 듣고 함께 바라보면서 내담자가 자신의 삶을 새롭게 이해하고 재구성하도록 돕는다.
기독교 상담의 관점에서 인간은 단순한 심리적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Imago Dei)대로 창조된 전인적 존재이며(창1:27), 하나님과의 관계, 자기 자신과의 관계,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따라서 상담자는 내담자의 심리적 증상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영적·정서적·인지적·관계적·신체적·사회문화적 차원을 통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1. 상담자는 먼저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상담자가 되기 위한 첫 번째 과정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온 삶 자체가 하나의 생존 과정이었다. 인간은 각자의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적응한다. 어린 시절에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형성했던 행동과 정서적 반응이 성인이 된 후에는 오히려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거절당하지 않기 위해 지나치게 순응했던 사람이 성인이 되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할 수 있다. 버림받지 않기 위해 사람을 지나치게 통제했던 사람이 관계 속에서 오히려 갈등을 만들 수도 있다. 위험을 피하기 위해 감정을 억제했던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반응은 단순한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형성된 생존전략(Survival Strategy)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에는 자신을 보호했던 전략이 현재에는 부적응적 패턴(Maladaptive Pattern)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상담자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묻어 두었던 경험과 정서, 관계의 패턴, 방어기제, 핵심신념(Core Beliefs)을 탐색해야 한다. 이것은 상담자의 전문성을 위한 부가적인 과정이 아니라 상담자 훈련의 핵심이다.
성경은 “네 자신을 살피라”고 권면한다(갈6:1). 또한 시편 기자는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내면을 이렇게 살핀다. “하나님이여 나를 살피사 내 마음을 아시며 나를 시험하사 내 뜻을 아옵소서” (시139:23). 상담자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살피기 전에 먼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 사람이어야 한다.
2. 상담은 내담자의 삶이라는 ‘인생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상담은 한 편의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내담자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할 때 상담자는 잠시 그 영화 속으로 들어간다. 내담자가 경험한 두려움 앞에서 함께 긴장하고, 상실 앞에서 함께 슬퍼하며, 기쁨의 순간에는 함께 기뻐한다. 이것이 공감(Empathy)이며, 보다 깊은 차원에서는 내담자의 정서적 경험에 조율되는 정서적 조율(Emotional Attunement)이다.
그러나 상담자는 영화 속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영화에 갇혀서는 안 된다. 상담자의 중요한 능력 가운데 하나는 공감적 동일시(Empathic Identification)와 치료적 거리두기(Therapeutic Distance)를 동시에 유지하는 것이다. 내담자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되 그 감정에 압도되지 않아야 한다. 내담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고통과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아야 한다.
상담이 끝난 후 상담자는 다시 자신의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이것이 정서적 경계(Emotional Boundary)와 자기조절(Self-Regulation)의 중요한 부분이다. 만약 상담자가 내담자의 이야기에 지나치게 몰입하면 역전이(Countertransference)가 발생할 수 있다. 내담자의 경험이 상담자 자신의 상처와 연결되면서 상담자의 감정과 욕구가 상담 관계에 개입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담자는 상담 중 자신에게 일어나는 정서적 반응을 관찰해야 한다. “왜 나는 이 내담자에게 유난히 화가 나는가?” “왜 이 사람의 이야기가 나에게 지나치게 아프게 다가오는가?” “왜 나는 이 사람을 반드시 구해주고 싶은가?” “왜 이 내담자의 특정 행동이 유난히 불편한가?” 이러한 질문은 상담자의 자기성찰적 기능(Reflective Function)을 활성화한다.
3. 상담자 자신이 상담의 중요한 ‘도구’이다.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 가운데 하나는 상담자 자신이다. 상담자는 이론과 기법을 사용하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인격과 정서, 삶의 경험을 통해 내담자와 관계를 형성하는 도구이다. 따라서 상담자의 성숙은 단순히 상담 기법을 많이 습득하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상담자는 자신의 감정과 사고, 가치관, 상처, 욕구, 방어기제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특히 상담자의 해결되지 않은 상처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통해 자극될 수 있다. 상담자의 과거 경험과 내담자의 경험이 유사할수록 정서적 반응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상담에서는 정서적 촉발(Emotional Trigger)과 역전이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상담자의 상처가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담을 계속하면 내담자의 이야기가 상담자의 상처를 반복적으로 건드릴 수 있다. 그러므로 상담자는 자신의 상처를 부끄러워하기보다 인식하고, 이해하고, 하나님 앞에서 다루며, 전문적 도움을 받아 통합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4. 교육분석은 상담자의 내면을 훈련하는 과정이다.
상담자 훈련에서 중요한 과정 가운데 하나가 교육분석(Training Analysis) 또는 자기분석(Self-Analysis)이다. 교육분석은 단순히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반적인 상담과는 구별되는 측면이 있다. 상담자로 성장하기 위해 자신의 내면에 억압되어 있거나 충분히 인식되지 못했던 경험과 정서를 탐색하고, 그것이 현재의 사고와 행동,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는 자신의 불안, 분노, 수치심, 열등감, 거절감, 인정욕구, 통제욕구, 죄책감과 같은 정서를 직면하게 될 수 있다. 때로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기억과 감정이 다시 떠오르기 때문에 고통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상담자는 자신의 경험을 객관화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면서 점차 정서적 통합(Emotional Integration)과 자기수용(Self-Acceptance)을 경험하게 된다.
기독교 상담에서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인간의 상처를 단순히 심리적 문제로만 보지 않고 하나님의 은혜와 구속의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내가 왜 이런 사람이 되었는가?”라는 질문에서 멈추지 않고,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나의 삶 가운데 어떻게 역사하셨는가?” “하나님께서는 나의 상처를 어떻게 은혜의 통로로 사용하시는가?”라는 질문으로 나아간다.
바울은 자신의 약함에 대해 이렇게 고백한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고린도후서 12:9). 상담자의 약점과 상처가 자동적으로 능력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이해되고 통합된 상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깊은 통찰의 통로가 될 수 있다.
5. 상담자의 자기돌봄은 전문 윤리의 일부이다.
상담자는 자신의 영적‧정신적·정서적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이것을 단순히 ‘멘탈관리’라고 표현하기보다 전문적으로는 자기돌봄(Self-Care)과 상담자의 자기관리, 그리고 전문적 자기성찰(Professional Self-reflection)의 영역으로 이해할 수 있다.
상담자는 다른 사람의 고통을 지속적으로 듣기 때문에 공감 피로(empathic fatigue), 소진(Burnout), 대리외상(Vicarious Trauma), 공감적 고통(Compassion Fatigue)에 노출될 수 있다. 특히 반복적으로 외상 경험을 듣는 상담자는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건이라도 내담자의 이야기를 통해 심리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상담자는 충분한 휴식과 기도, 영적 재충전, 슈퍼비전, 동료와의 전문적 협력 등을 통해 자신을 돌보아야 한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사역을 계속하도록만 요구하지 않으셨다. “너희는 따로 한적한 곳에 가서 잠깐 쉬어라” (마가복음 6:31). 쉼은 사역의 반대가 아니다. 쉼은 지속 가능한 사역을 위한 영적·심리적 자원이다.
6. 상담자의 성장은 자신의 ‘보물’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상담자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것은 과거를 반복해서 파헤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인생에 담겨 있는 의미와 보물을 발견하기 위해서이다. 우리의 삶에는 실패도 있고 상처도 있으며 후회도 있다. 그러나 그 안에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배움과 성숙, 인내와 지혜, 긍휼과 공감의 자원이 함께 들어 있다. 바울은 환난을 통해 인내가 만들어지고, 인내가 연단을, 연단이 소망을 이룬다고 말한다(롬5:3-5).
상담자는 자신의 상처를 부끄러워하기보다 그것을 하나님 앞에서 새롭게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경험한 아픔을 통해 다른 사람의 아픔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자신이 경험한 하나님의 은혜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소망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상담에서 말하는 상호성(Mutuality)과도 연결된다. 상담자는 내담자를 일방적으로 변화시키는 사람이 아니다. 상담의 관계 속에서 내담자를 돕는 동시에 상담자 자신도 인간에 대한 이해와 공감, 인격적 성숙을 경험한다.
7. 상담은 경험하기 전에는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상담자가 되기 위해서는 상담을 ‘배우는 것’뿐 아니라 상담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담이 전문적인 이유는 상담실에서 이루어지는 대화가 단순한 대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치료적 동맹, 전이와 역전이, 정서적 조율, 저항, 방어기제, 무의식적 과정, 인지적 재구조화, 행동 변화와 같은 복합적인 과정이 일어난다. 따라서 상담자는 상담을 받아보는 경험을 통해 내담자의 입장에서 상담 관계를 경험할 필요가 있다.
상담자가 내담자의 입장에 서 보지 않고 내담자를 이해하려 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전문가의 위치에 서게 된다. 반면 자신도 성령님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경험하면 상담자를 향한 내담자의 두려움과 기대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강호인 목사의 상담 칼럼은 지면 관계상 다음 달로 이어집니다.)



